겹겹의 레이어로 쌓아 올린 재세계“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없”는 투명한 아름다움언어는 너무 넓어서 앞과 뒤가, 왼쪽과 오른쪽이, 천장과 바닥이 계속 뒤바뀌는 대기처럼 느껴진다. [……] 이곳에서 믿음의 근거는 끝에 부딪히면 다시 돌아오는 시선으로부터, 눈앞에 없다면 등 뒤에 있을 거라고 믿는 믿음으로부터 온다. 나에게 시를 쓰는 일은 이런 시선을, 믿음과 마음을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 -201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당선 소감에서2019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리윤의 첫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데뷔 당시 “빛과 온기가 물질처럼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문장의 힘”이 “독보적으로 아름답”다는 평을 받은 김리윤은 지난 3년간 ‘시 보다 2021’(문학과지성사), ‘2022 시소’(자음과모음), ‘지난 계절의 좋은 시’(시로여는세상) 등 여러 매체에 작품이 선정되면서 평단과 독자들의 이목을 모았다. 53편의 시를 4부로 나눠 수록한 이번 시집은 무엇보다 ‘빛’을 매개로 세계를 감각하는 시선이 돋보인다. 시집의 제목 “투명도 혼합 공간”은 그래픽 소프트웨어에서 RGB, CMYK와 같은 색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색상·명도·채도를 3차원으로 표현한 개념으로, 같은 이미지라도 어떤 색 공간에 표시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도출한다.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줄곧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보여주기를 택한다. ‘언어’를 재료 삼아 자신이 목격한 세계를 다시 눈에 보이는 것으로 구축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겹겹이 포개진 레이어 너머의 반투명한 세계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없”는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금, 여기 펼쳐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