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작가인종, 성, 권력 등의 문제들을 탐구해온 옥타비아 버틀러의 국내 첫 인터뷰집과학기술에 대한 상상력뿐만 아니라 인종과 성별, 환경, 정치 및 종교 문제 등을 녹여낸 작품들로 SF와 판타지의 폭을 넓혀온, 작가들의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 그의 글쓰기 인생을 총망라하는 방대한 분량의 인터뷰집이 국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남북전쟁 이전으로 시간 여행을 해 노예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흑인 여성(『킨』),
...17세기 아프리카에서 횡행했던 노예무역을 모티프로 한, 사람들을 교배, 개량하려는 불사의 인물과 그 계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치유자의 공존(『와일드 시드』), 기후변화와 계급사회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혐오를 담아낸 디스토피아 세계(‘우화’ 시리즈) 등 그가 보여준 다채로운 장면들은 역사와 미래를 오가며 SF와 판타지의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 그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버틀러의 작품 세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이 책 곳곳에 실렸다.더불어 책에는 그동안 만나볼 수 없던 버틀러의 사적인 이야기들도 수록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가 작품 속 인물들의 다양성만큼이나 복합적인 인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스스로를 글 안에 담으면서도,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흑인 여성 SF 작가’라는 한정적인 분류에 불편함을 내비쳤던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개인의 정체성이 작품을 통해 서서히 그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옥타비아 버틀러가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은 늘 소름 끼치게 끔찍하고 슬프도록 아름다운데, 이 인터뷰집은 어느 한쪽으로 분류할 수 없는 그 다면적인 인간들만큼이나, 버틀러 자신도 복잡성을 지닌 매력적인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이 출발점으로 삼은 아이디어와 작품의 구체화 과정, 소설 이면의 고민 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미 버틀러의 팬인 독자뿐 아니라 버틀러를 이제 막 만나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선물 같은 한 권의 책이다.-김초엽(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