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사이로 빠져나가는 젠더 범죄자, 몸소 단죄에 나선 피해자눈 밝은 이야기꾼은 사람들의 서러움이 뭉쳐 있는 곳을 본다. 사연을 깊이 듣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하면서, 서러움을 통쾌하게 풀어 주는 상상력을 발휘해 현실 너머를 모색한다. 유재영 작가는 사랑과 욕망의 이름 아래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파괴적인 행위들에 주목한다. 불법 촬영, 성추행, 외도, 가정 폭력, ‘왜 안 만나 줘’ 범죄. 피해자의 고통과 대중의 인식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으
...로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안들이다. 《당신에게 죽음을》의 주인공 설희와 오은수 또한 법이 죄인을 다스릴 것이라 기대하지 않기에, 본인의 행복과 평안을 빼앗은 자들에게 합당한 죗값을 물리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로 마음먹는다. 두뇌 싸움은 물론이고 육탄전도 마다하지 않는 두 주인공은 피해자 입장의 여성에게도 자기를 지키고 상황을 바꿀 만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 준다. 개작을 거쳐 더욱 정교해진 스릴러결혼, 사랑, 살인이 뒤얽혀 있는 도메스틱 스릴러 《당신에게 죽음을》은 여러 번의 개작을 거친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바뀌었고, 스릴러 장르에 걸맞는 긴장감이 더해졌다. 신중함과 과감함을 겸비한 주인공들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종잡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 간다. 치밀하게 묘사된 장소들은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고 뚜렷한 존재 이유를 드러내며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작은 요소들이 종종 복선으로 작용하니, 정교한 짜임새를 선호한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도서관 사서인 설희와 대학 교수 이수혁은 연인 사이다. 이수혁이 자신의 저서 《악인과 광인》을 바탕으로 한 8회 차 강연을 설희가 일하는 도서관에서 진행하게 된 것을 계기로 가까워졌다. 해가 바뀌도록 이어졌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수혁이 숨기고 있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 직후 이수혁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기고, 이수혁이 감추고 있던 비밀 속의 인물들이 하나둘 설희 앞에 나타난다. 악인인지 광인인지 모를 그들이 흩뿌리는 단서를 종합해 본 설희는 이수혁이 얽힌 사건의 경과가 경찰 조사 결과와는 다를 것임을 직감하고 직접 추적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