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거래의 대상으로, 간첩으로, 도구로 만드는가 ‘북한이탈주민’ ‘탈북민’ ‘귀순용사’ ‘통일의 마중물’ 그리고 잠재적 ‘간첩’……누군가의 필요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망명자들의 목소리누가 그들을 도구로 만드는가 남과 북이 정전협정을 맺은 지가 벌써 70년이 가깝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분단 체제라는 현실은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그에 무관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분단 체제라는 현실이 삶 가장 가
...까이에 붙어 있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있다. 바로 탈북민들이다. 상황에 따라 ‘낯선 우리’가 되기도, ‘익숙한 남’이 되기도 하는 사람들. 그들은 남북의 체제 경쟁이 심할 때는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귀순용사’로 대접받기도 했고, 최근에는 ‘통일의 마중물’ ‘먼저 온 통일’이라는 외교적 수사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잠재적 간첩’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먹고살 길을 찾아, 혹은 남한 사회를 동경해 탈북한 이들에게 ‘또 하나의 조국’인 이곳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이 책, 《탈북 마케팅》이 드러내는 한국 사회의 얼굴은 잔인하고 처참하다. 탈북의 순간부터 한국에 발을 디디고 한국 사회에 정착한 뒤에도, 전반적인 무관심 속에서 이용 가치에 따라 마치 도구처럼 탈북민을 이용하고 외면한다. 한국의 정부, 검찰, 사법부, 국가기관(국정원), 언론부터 사회 전반에 깔린 배제와 차별까지,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이라는 존재들은 동포는커녕 인권을 가진 한 사람, 동등한 시민으로조차 취급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국정원의 묵인 속에서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북한 주민들, ‘간첩 제조 공장’이라는 끔찍한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국정원의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 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간첩 조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탈북민을 그저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들은 북한을 떠나오는 순간 국가라는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망명자가 되는데, 또 하나의 조국이 되어야 할 대한민국은 그들을 탈북 마케팅에 이용하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9쪽)탈북민을 언제든 필요에 따라 도구처럼 활용하는 태도의 정점에 바로 탈북민 간첩 조작 사건들이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 씨의 사건을 취재해 《간첩의 탄생》이라는 책을 출간했던 저자 문영심은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 ‘민들레: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뢰로 유우성 씨를 포함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며 간첩 혐의를 받았던 탈북민들을 인터뷰했고, 그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간첩 혐의를 받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탈북민 전체가 경험한 석연치 않은 탈북 경로와 탈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를 기록했다. 한국행을 결심하는 그 순간부터 국정원과 브로커의 긴밀한 네트워크 속에서 탈북민이 어떻게 거래의 대상이 되는지,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을 이 사회가 필요에 따라 어떻게 이용하는지, 이런 구조 속에서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정착하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국정원 합신센터에서 간첩으로 조작된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낱낱이, 그리고 생생하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