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1726)의 완역본이 국내에 처음 출판된 것은 1992년의 일이다. 세계문학이라 일컬어지는 다른 많은 작품들이 그전에 이미 여러 번역본으로 소개되어온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1909년 최남선이 「알사람 나라 구경」과 「왕사람 나라 구경」으로 구성된 축약본 『걸리버 유람기』를 선보인 이래 우리는 이 작품을 어린이를 위한 동화 정도로만 알아왔고, (아마도)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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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한ㆍ중ㆍ일 3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편집 방식에 따라 독자층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이본異本을 다양하게 생산함으로써 전 연령이 두루 읽을 수 있어 세계문학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도 그는 설명한다.(해제 「『걸리버 유람기』의 번역 계보와 세상 읽기」 참고)
그전에, 신랄한 현실 비판과 정치풍자, 신성 모독 등이 문제가 되어 영국에서 초판을 출판하던 당시 스위프트 역시 감옥에 갇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쇄업자에게 원고를 맡기겠다는 마음으로 출판했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