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첫 출간 후 50년이 지난 지금,세상이 잊고 있던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을 다시 만나다.‘잃어버린 세대’가 낳은 혼란을 대변하는 한 남자 레오 가짜라와 로마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의 환멸적 관계를 통한 군중 속의 고독, 그리고 잔인하리만큼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랑의 모순을 탐구한 소설 《도시의 마지막 여름》은 전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출판 사례를 가지고 있다. 당시 스물여섯 살이던 작가는 밀라노에 본사를 둔 신문사의 특파원으로
...로마에 파견되고, 취재를 마친 후 밀라노에 돌아가는 대신 로마에 남아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완성된 원고는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하고,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인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단 하룻밤 만에 소설에 매료된 그녀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 1973년 가르잔티에서 첫 출간된다. 같은 해 이네디토상을 수상하고 한여름 동안에만 17,000부가 팔리는 등 돌풍을 일으켰으나 돌연 출판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이후 이 책은 문학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의 학생들과 책 애호가들의 탐구 대상이 되면서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게 되고, 다시 세상에 알려진다. 그렇게 아라그노에서 재출간된 후, 첫 출간 당시 이 소설을 소홀히 여겼던 많은 매체 및 비평가들의 공개적인 사과와 함께 ‘고도로 정교하고 진지한 소설’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번째 판이 소진된 후 책은 또다시 모습을 감추게 되고, 독자들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2016년 봄피아니에서 다시 한번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2021년 작가의 소설 중 처음으로 미국의 출판사 파라, 스트라우스 앤 지루에서 영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같은 해 피츠제럴드상과 마르코폴로상을 수상하고, 유럽문학상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다. 현재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아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