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 이야기, 이야기 너머 이야기이야기엔 과연 어떤 힘이 있을까? 어떤 이야기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어떤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며, 슬프게도 하고, 또 분노하게도 한다. 이처럼 진정한 이야기에는 분명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한국 전기체 소설(傳奇體小說)의 효시인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작품마다 하나같이 비범한 인물이 등장하여 현실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기이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이야기들은 독특한 상
...상력을 한껏 펼치면서도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더불어 인간성에 대한 강한 긍정을 담고 있다. 작가 강숙인은 『금오신화』를 다시 쓰는 과정에서 원작자인 김시습을 불러내어 또 다른 이야기를 겹치고 또 새로이 펼쳐 보인다. 액자 속의 그림처럼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고, 선명한 그림이 보이는 캔버스 바탕에 또 다른 그림이 숨어 있는 것처럼 이야기 너머에 또 이야기가 있다.“어찌 보면 사람들의 일생이란 저마다의 이야기책을 써 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는 거다. 그 이야기가 의미가 있는지, 의미도 없이 타인들에게 분노만 일으키는지, 아니면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만 한 이야기인지는 각자 어떻게 살아 나가느냐에 달린 것이겠지.” -본문 중에서조선 초기의 천재 문인이자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의 삶은 세조의 즉위와 단종의 죽음으로 마무리된 계유사화(癸酉士禍)와 단단히 얽혀 있다. 때를 만나지 못해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원통히 세상을 떠난 어린 왕의 애틋한 이야기는 『이야기는 힘이 세다』를 통해 우리 앞에 다시 소환되고, 계유사화로부터 시작된 시대와의 불화와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평생 안고 살았던 김시습은 비로소 이야기 속에 자신의 삶을 담담히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