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관심있는 독자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기념비적《녹색평론》창간사로부터 시작하여, 2020년 5-6월호에 마지막으로 발표된 고 김종철 발행인의《녹색평론》머리말 원고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서문 모음집은 2008년에도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으나,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2009년 이후에 발표된 원고들까지 수록되어 있어 지난 2021년 11-12월호로 창간 30주년을 맞은 《녹색평론》이 그 세월 동안 걸어온 길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 이른바 ‘생태주의 잡지’로 알려져 있는 《녹색평론》이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어떤 이야기들을 해왔는지 그 흐름을 살펴보면서, 동시에 한국사회의 변화를 되돌아보는 데 있어서 이 책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보다 놀라운 점은, 3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기 실려 있는 글들이 오늘날 전 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시급한 현안들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여전히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세대 전에 쓰여진 글이 여전히 오늘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는 점은 우리 현실에 본질적인 방향전환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 터이므로 몹시 유감스러운 사실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구와 지상의 뭇 생명들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고양된 이 시점에도, 국가라는 하나의 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가장 치열하게 논해야 할 정치판에서 생명가치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형식적으로도 등장하지 않는 대선을 앞둔 2022년 봄, 한국사회에서 이 책보다 더 긴요한 독서물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