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소설가는 셰발과 발뢰를 거쳐야 한다.그들은 이 장르를 지키는 두 보초와 같다.”_라르스 셰플레르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9번째 작품 『경찰 살해자』가 출간되었다. 전작 『잠긴 방』 에서 15개월 만에 복귀했음에도 전혀 녹슬지 않은 실력을 증명한 마르틴 베크가, 이번에는 스톡홀름에서 멀리 떨어진 스웨덴 남부에서 한 여성의
...실종 사건을 수사한다.열 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까지 갖추어 대중소설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세계적인 영화감독 박찬욱 감독은 지난해 〈헤어질 결심〉(2022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 초청, 감독상 수상작)의 주인공 캐릭터를 조형하는 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김혜리의 콘택트 https://youtu.be/9RdNY19MtSw?t=718) 차분하고 유능한 경찰인 장해준(박해일 분)은 차근차근 단서를 수집하고 사건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생각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의 수사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들은 천재적인 추리력을 뽐내는 독보적이고 영웅적인 탐정이 아니라, 정해진 일과와 절차를 따르는 지극히 현실적인 경찰이다.엘릭시르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2023년 하반기 완간 예정으로, 시리즈의 최종편인『테러리스트』의 출간을 남겨두고 있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에 걸맞은 경찰을 갖기 마련이다.스웨덴 최남단의 조용한 시골 마을. 한 여성이 실종되고, 사건은 국가범죄수사국 살인수사과 책임자 마르틴 베크에게 맡겨진다. 마르틴 베크는 수년 전 자신의 손으로 체포한 ‘로재나 사건’의 범인이 실종 여성의 이웃에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유력한 용의자를 앞에 두고 ‘윗선’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신중을 기하는 베크. 그러나 사건이 일단락될 즈음, 경찰과 빈집털이범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며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는데…….『경찰 살해자』는 어느 여성의 실종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스웨덴 남부 스코네 주의 최남단에 위치한 시골 마을에서 한 여성이 홀연히 사라진다. 시신도 확실한 증언도 없는 상황에서, 사건은 스톡홀름에서 절도범을 추적하고 있던 마르틴 베크와 콜베리에게 할당된다. 곧장 남부로 향한 그들은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는 자가 과거 자신들의 손으로 체포했던 ‘로재나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과 마주하고 각자 복잡한 심경에 빠진다.용의자는 이미 여성 살해를 저지른 적 있는 전과자인데다 불명확하기는 하지만 그가 실종자와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까지 있다. 얼핏 간단하게만 보이는 사건이기에 국가범죄수사국의 말름 국장은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대며 서둘러 사건을 정리하라고 마르틴 베크를 압박한다. 그리고 마침내 실종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며 수사가 전환점을 맞이하려는 찰나, 빈집털이범들과 순찰 경관들 사이에 총격전으로 경찰과 대중의 관심은 급격히 옮겨간다. 경찰청은 도주한 ‘경찰 살해범’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망을 펼치고 온 경찰력을 쏟아부으며, ‘실종 사건’은 홀로 마무리하라며 베크에게서 관심을 거두기까지 한다.서로 관계없이 굴러가는 듯하던 각각의 사건들은 결말부를 향하면서 서로 절묘하게 맞물리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서, 셰발과 발뢰는 전작들에 이어 스웨덴 사회의 타락과 경찰 조직의 방만한 실태를 더욱 날카롭게 공격한다. 부패와 무능이 뼛속 깊이 스민 스웨덴 경찰의 고위직은 정치 세력화하여 점점 더 자신들의 권위에만 집착한다. 그러한 현상 앞에서 마르틴 베크는 고집스럽게 자기 방식을 지키기를 택하고, 콜베리는 실망감을 안은 채 또 다른 길을 택한다.‘라르스 셰플레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스웨덴의 범죄소설가 부부 알렉산데르 안도릴과 알렉산드로 코엘호 안도릴은 『경찰 살해자』에 대해, ‘죽음’과 ‘여성’이라는 “시대를 초월하여 친숙한 것”을 모티프로 삼았으면서도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이번에도 멋지게 해낸다”며 찬사를 바치기도 했다.●범죄소설을 현실의 거울상으로 만들다“범죄소설은 언제나 동시대를 가장 선명하게 재현한다.” _리사 마르클룬드‘마르틴 베크’ 시리즈 전반에 흐르는 사회 비판적인 태도는 『경찰 살해자』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현실을 범죄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여과 없이 그려내, 독자들이 즐거운 독서 안에서 1970년대 스웨덴 사회의 문제적 면면들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등장인물들은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인종차별주의 정책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을 지나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사회상을 문학작품에 녹여 넣는 작풍은 ‘마르틴 베크’ 이전의 범죄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었다.라르스 셰플레르는 이 책의 서문에서, 영국 탐정소설과 귀족적인 주인공에게서 영향을 받아 학술적이고 건조했던 스웨덴 범죄소설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더러운 현재를 끌어들”여 “사회의 위험한 보수주의, 정치적 부패,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를 집어넣었다”고 설명한다. 셰발과 발뢰는 “(상업적인 장르를 활용해) 사회의 위선과 부정을 폭로”하였으며, 따라서 그들의 글은 독자의 숨을 턱 막히게 하는 노골적인 현재성”을 지닌다. 한편, 첫 출간으로부터 이미 오십여 년이 지났음에도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것은 작품이 그려내는 시대로부터 독자들의 시대가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음을 반증하는지도 모른다.‘마르틴 베크’ 시리즈 이후로 범죄소설은 흐름이 완전히 달라져, 범죄를 통해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후배 작가들에게 범죄소설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었다. “경찰 소설의 모범”(요 네스뵈), “현대의 고전, 오늘날에도 유효한 소설”(헨닝 망켈) 등 유수의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연내 완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