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리고 조각나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온 나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행한 불행》은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와 《사생활들》 등의 자기 고백적 글쓰기를 통해 단단한 내면을 쌓아온 김설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는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는 듯한 불행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분투한다. 너무도 성급했던 결혼과 그만큼 급작스러웠던 이혼, 20년 만의 재결합과 함께 다시 시작된 끝 모르는 불안과 끓어오
...르는 분노……. 결코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위태로운 나날의 와중에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작가의 투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면 깊숙한 곳에 작고 단단하고 평온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다행한 불행》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되듯, 불행이라는 이름의 심연에 행복을 싹틔울 씨앗이 숨어 있다고 온 삶으로 부딪쳐 이야기하는 용기 있는 고백이자 나직한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