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국가를 넘어, 기억의 연대와 책임을 생각한다기억전쟁 속에서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기록되지 못한 기억과 이름을 어떻게 불러낼 것인가왜 ‘역사’ 가 아니라, ‘기억’인가? - 승자의 역사, 국가의 기록에서 침묵당한 이들의 기억으로2021년 겨울 전두환은 사망했다. 5ㆍ18 학살에 대한 인정이나 사죄는 없었다. 그의 세력과 지지자들은 학살 자체를 부정하거나 북한군 침투설 등으로 진실을 왜곡했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억전쟁’이 치열하다. 역사적 사건의 실존조차 부정하고,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거나, 피해자의 증언과 기억보다 법적 판결이 힘을 얻어 피해자의 고통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문서와 역사적 서사를 독점한 상황에서 힘없는 피해자들의 경험과 목소리, 즉 기억은 배제된다. 게다가 각국의 역사부정론자들이 국경을 넘어 연합하여 전 세계적 극우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현실은 역사의 승자와 국가, 법원 등의 기관이 공인한 역사에서 배제된 이들의 기억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과 연대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기억전쟁’의 시선을 과거 한국사만이 아니라 세계사와 동시대적 사건, 여성 등 소수자로까지 확장시킨다. ‘기억전쟁’은 과거 사건에 대한 역사 논쟁에 그치지 않고 기억이라는 상징을 앞세운 정치투쟁이다. 이를 통해 주류 역사에서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려내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민중사이자 초국가적 기억의 연대를 향하는 첫걸음이다. 이 책은 한반도를 포함해 전 지구적 기억공간에서 과거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기억전쟁’이 미래에 대한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국가 중심의 공식적 기억에서 민중의 풀뿌리 기억으로, 자국 중심의 일국적 기억에서 국을 넘는 초국가적 기억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노력은, 20세기 역사의 이데올로기적 족쇄에서 역사적 상상력을 해방하고 기억의 연대를 향하는 첫걸음이다. 미래를 바꾸는 것은 과거를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_임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