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영화의 운명적 만남신화와 영화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이미지와 이야기가 만났으니 그 힘의 강력함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시각적 이미지의 폭발력과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는 신화와 영화가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공통분모로 작용한다. 판타지, 신화, 상상력이 어우러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스토리텔링 개발과 같은 고부가가치 콘텐츠 산업도 신화와 영화의 속성을 알게 된다면 더욱 심층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이들이 작동하는 방식
...은 이야기와 이미지가 결합하는 영화와 신화의 그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신화와 영화의 공통점은 또 있다. 신화와 영화 모두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존재론적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신화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또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답을 상징과 은유, 알레고리의 방식으로 반복해 왔다. 영화 또한 인간 삶의 모든 국면,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병들고 늙는 여러 모습, 또 인간 사이의 의리와 배신, 복수와 용서 같은 관계들을 그려왔다는 점에서 신화와 비슷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바로 이런 점에서 신화와 영화의 매혹 속에 감추어진 정치적 이데올로기에도 면밀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각자의 전공과 개성을 살린 신화와 영화 이야기전체 1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세 명의 저자들이 각자의 전공을 살려 함께 썼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주 전공인 김윤아는 1장 신화와 영화, 3장 그리스 신화, 영웅, 괴물, 4장 신과 인간의 공존, 켈트 신화, 5장 북유럽 신화와 매직 판타지, 8장 뱀파이어에서 도플갱어까지, 11장 일본 신도와 미야자키 하야오 등 모두 6개의 장을 썼다. 영화인류학이 본령인 이종승은 2장 신화 분석의 패러다임, 9장 꿈의 공장 할리우드의 신화, 12장 한국 신화의 세계,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 14장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신화적 상상력 등 총 4개의 장을 맡아 썼다. 중국 신화와 동아시아 대중문화가 주 전공인 문현선은 6장 연금술과 엘릭시르, 10장 천하 대 강호, 중국 신화의 세계, 13장 동아시아 신화 속의 여성, 세계를 완성하다 등 총 3장을 썼다. 9장 디즈니 왕국의 흥망성쇠는 문현선과 김윤아가 함께 썼다. 신화와 영화를 주제로 오랫동안 강의해 온 저자들은 이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신화를 만나러 영화관에 가는 기분으로, 혹은 영화 속에서 신화 퍼즐 맞추기를 하는 느낌으로 즐겁게 독서할 수 있는 입문서를 목표로 삼았다. 또한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는 글쓰기 방식을 선택했다. 신화와 영화에 대한 기본 시각은 공유하지만 백화만발의 개성 있는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신화와 영화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펼쳐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