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난 뒤에 무엇이 남을까”『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의 저자 목정원이사진과 글로 전하는 기억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2021년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펴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목정원의 사진산문 『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목 작가가 2016년부터 찍어온 사진 100여 장과 함께 사진에 관한 에세이를 한 권의 아름다운 책으로 엮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시인과 화가와 사진가 들은 공간에 기
...대 기록을 남겼다. 따라서 예술은 기억과 애도의 역사이기도 하다. 목정원은 장면을 영원히 보존하려는 시도인 사진에서 사랑의 잔존을 증명하려는 기억의 기술을 읽어낸다. 우리 눈앞의 어떤 장면들은 어느 미래에 없을 사랑으로 흐르기에, 그것을 남기려 하는 일은 영원한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 의지와도 같다. 목정원이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일은 그렇게 사랑에 닿아 있다.『어느 미래에 당신이 없을 것이라고』에서 작가는 사진으로 말한다. 사진의 근본은 그 대상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데 있다. 나의 죽음과 더불어 인화된 필름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을 통해 기어이 소멸할 사랑을 이야기했던 롤랑 바르트의 글에서, 목정원은 도리어 사랑의 잔존을 읽는다. 이미 인화된 사진이 사라져가며 사진의 물성이라는 의미가 모호해진 디지털 필름의 시대, 목 작가는 “어쩌면 사진은 애초부터 물성을 갖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동시에 “가지지 않았기에 사라지지도 않을 것 같다”라는 역설을 던진다. “촬영된 이미지를 일별하는 것만으로 내게 그 사진은 영영 존재한다”는 말을 통해 영원회귀와도 같은 역설이 이루어진다. 사랑이 있었던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남겼던 사진은, 이제 물성을 가진 그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다시 개인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남게 된다. 작가가 전하는 이 사진들을 통해 우리에게도 사진이 그러한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생에 가끔씩은 타인들의 사진이 자신에게 곧 도래할 미래가 되기도 하듯이.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더 많은 장소들을 우리의 기억 속에 남기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 그것은 더 많은 사랑의 기억들을 나눠 가지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