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데리다와 안 뒤푸르망텔의 《환대에 대하여》는 그 시작부터 환대의 주고받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환대’를 주제로 하는 데리다의 연속 세미나에 참여한 뒤푸르망텔은 그 세미나들 가운데 4강과 5강을 자신의 초대사와 함께 책으로 펴낼 것을 제안함으로써 데리다를 다시 한번 초대하고, 데리다는 그에 응답한다.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이 책은 ‘이방인을 환대하기’, 즉 타자에 대한 맞아들임을 사유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데리다는 고발당해 스스
...로를 변론하는 소크라테스, 눈먼 오이디푸스와 애도를 박탈당한 안티고네 등 고대 그리스의 고전에서부터 출발하여 인터넷과 국가권력, 이민자와 시민권의 문제 등 현대의 시의적 난점들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이방인과 환대가 문제되는 장면들을 발견한다. 나아가 ‘환대의 아포리아’라는 자신 고유의 문제틀로 그 장면들에 물음을 제기하며, 우리를 환대의 역설, 즉 법을 넘어선 환대를 위한 법을 과연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에 참여시킨다. 한편 뒤푸르망텔의 글은 단순히 데리다가 한 세미나의 요약분석이 아니라 데리다의 작업 방식에 대해 자신만의 정신분석적 해석을 시도하면서 데리다의 텍스트와 공명하는 초대사로서, 데리다의 글을 독자들의 이해의 자리로 이끌어낸다. 이는 이번의 새로운 한국어판을 만들면서 더해진 텍스트들도 마찬가지로, 번역자 이보경의 세심한 역주가 추가된 새 번역과 진태원 교수의 해제로 데리다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환대’에 대한 사유를 지금의 우리에게 적실하게,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