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꿈과 서늘한 현실 사이서러움과 반짝임을 모두 머금은 아지랑이 같은 빛의 세계찰나의 순간, 생의 끝에 새겨지는 깊은 사랑의 흔적들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잃지 말자고 말하는 이 이야기들을, 나 역시 결국은 열렬히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_김초엽(소설가)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작품 〈빨간 열매〉가 당선되며 등단한 이후 발표작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된다’는 평을 받아온 이유리 작가가 두 권의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와 《모든 것들의 세계》에 이어 첫 연작소설집 《좋은 곳에서 만나요》를 안온북스에서 펴냈다. 앞서 발표된 작품들에서 불가해한 현실을 초월적 상상으로 맞서며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덤덤하게 특유의 낙관을 고유의 섬세한 묘사들로 납득시켜온 이유리 작가는 《좋은 곳에서 만나요》에서 한층 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꿰어나간다. 작가는 고되고 고약하며 잔혹하기까지 한 인생에, 자신만의 위트와 세련된 문장으로 이유리식 희망을 새겨넣으며 마침내 독자들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여기 실린 여섯 편의 소설은 서로 스쳐 지나는 찰나의 만남으로 얽힌 인물들이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며 비로소 진정한 무無 세계에 이르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담고 있다. 한 생 한 생, 소중하지 않은 인생이 없듯, 그 죽음들 하나하나가 애틋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죽음의 순간이 전하는 애통함을 작가는 지독하고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묵직한 문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생기 어리고 리듬감마저 띠고 있어 그 울림은 상당하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이유리 소설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이유를 다시금 알게 한다. “즐거울 일도 슬플 일도 없는, 오직 살아 있기에만 바쁜 나날”(〈아홉 번의 생〉)을 살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맞닥뜨린 죽음에서 느끼는 회의와 허망의 끝에서 우리가 다시 희망을 길어 올리게 되는 것은, 이 작품이 생의 끝에서 기어이 사랑하고 사랑받았음을 기억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 인생의 사라짐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회한과 그리움, 애틋함의 감정을 추스르며 우리는 이유리식 존재론적 성찰을 읽는다. 영원하지도 온전하지도 못한 생의 뒤안길을 사색하며 이유리 소설만의 다채로운 가능성들을 함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