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훈 감독의 휴먼다큐멘터리 〈약속〉으로 영화 촬영 중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 시우는 엄마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실감 나지 않는다. 언젠가 천국에서 만나자는 엄마의 약속은 너무 아득하게 느껴지기에, 엄마 없는 바다는 오히려 엄마로 가득 차 있다. 파도처럼 다가오며 속삭이는 엄마, 밤하늘의 엄마별과 슬프게 느껴지는 빗물마저도 엄마의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른들은 시우가 어서 엄마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길 바라지만, 어쩌면 시우는 엄마가
...잊히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일는지 모른다. 시우가 쓴 글은 동시와 일기, 편지 등 형식을 달리하고 있지만, 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에 대한 그리움 하나만을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민시우 동시집 〈약속〉은 엄마 잃은 아홉 살 소년의 그리움을 모아 묶은 책이다. 엄마는 파도가 되어 문득문득 소년에게 다가와 속삭이다가 다시 멀어져 간다. 소년은 동시를 쓰면서 엄마가 떠나간 빈자리를 그리움으로 채워나간다. 엄마가 떠나간 제주 바다는 이제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