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나와 거리에 선 여자들을 통해 그려낸 ‘여성의 얼굴을 한 가난’의 경로▐ 여자들이 겪는 빈곤과 폭력의 연쇄와 이중의 소외▐ 빈곤은 여자의 몸과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며 여자들은 그것을 살아내는가 ▐ 가난한 여자들, 미쳐버린 여자들, 성난 여자들의 이상한 말들이 주류 서사에 가하는 균열과 그 공백이 남긴 질문들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 2021년 봄부터 2년 여간 만나온 여성 홈리스 7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 「힐튼호텔 옆 쪽
...방촌 이야기」를 통해 홈리스 스스로가 말하는 가난의 경로를 듣고 적었던 반빈곤 활동가들은 그 작업에서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여성 홈리스들의 목소리를 찾아 역사와 공원, 거리 구석구석을 헤매며 “미친 여자” “성난 여자” “말을 꺼리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주워 담았다.“무서운” 거리 대신 공원 화장실을 집 삼은 가혜의 “이상한” 말들, 역에선 목소리 큰 싸움꾼으로 통하지만 늘 소중한 먹거리와 살림살이들을 뺏기기만 하는 경숙이 불안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쏟아낸 말들, “내 코가 석자인” 홈리스 당사자이면서도 홈리스를 돕는 활동가로 일하는 가숙의 아리송한 이야기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실직한 가장의 무너진 삶으로 재현돼 왔던 홈리스 빈곤 서사에 균열을 가하면서 폭력으로부터 탈출해 가방을 싸들고 집을 나온 여자, 거리의 거친 삶을 자기 식대로 헤쳐나가며 “자유”를 말하는 여자, 쉼터와 옥탑방을 전전하면서도 일을 멈추지 않았던 여자들의 이야기로 새로운 가난의 경로를 그려낸다. 큼직한 사회적 변화의 단계를 따라 성실한 일꾼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냈던 남성 홈리스들과 달리 뭉텅뭉텅 비어 있고, 말하지 않는(/못한) 것들 투성이인 이 여자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그 공백을 통해 우리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