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한을 품었다 … 원한을 떨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파국의 기억과 화해하지 않는, 스스로의 살을 도려내는 필사적인 글쓰기《자유죽음》의 저자이자 아우슈비츠 생존자 장 아메리. 그가 살아남은 자로서 쓴 수기인 이 책에는 자신이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파국의 체험과, 그것이 인간성을 어떻게 파괴하고 박탈하는지의 기록이 건조한 문체로, 그러나 괴로울 만큼 또렷이 담겼다. 그는 진술한다. “고문에 시달렸던 사람은 세상을 더 이상 고향처럼 느낄 수 없
...다.” 이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더욱 곪게 하는 것은 수용소의 기억만이 아니다. 생존자들이 상흔을 채 극복하기도 전에, 그 고통을 직접 겪지 않았던 이들이 가해자들에게 내미는 용서와 화해의 손길이다. 그것이 생존자들의 고통과 분노에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안일한 용서는 부도덕하기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화해” 대신 그는 택한다. “열등한 자들의 도덕”인 원한과 분노를 간직하기를, 자신의 고통과 타협하지 않기를. 그럼으로써 인류 최악의 죄에, 살아남은 자로서 저항하기를. “나는 저항한다. 나의 과거에 대해, 역사에 대해 불가해한 것을 냉동시켜 버리고 화가 치밀 정도로 왜곡시키는 현재에 대해서.” 자신보다 먼저 화해한 세계에 단절감을 느끼던 그는 결국 스스로를 세상에서 지우길 택했으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얽매는 불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해 있는 힘껏 몸부림쳤던 한 인간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