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범하는 에크리의 디자인은 한 편의 ‘흑백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앞표지 전면에 배치된 흑백 사진은 영화의 스틸컷을 보는 듯하다. 앞뒤로 이어지는 실선 또한 영사기에서 돌아가는 필름을 연상케 하며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흑백 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관객에게 좀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표정과 행동을 크고 분명하게 하는 것처럼, 〈문지 에크리〉 역시 저자의 사유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오직 ‘쓰는’ 행위를 조명한
...다. 오랫동안 아껴두었던 연필을 곱게 깎아 꾹꾹 눌러 쓰는 것처럼 〈문지 에크리〉는 독자들이 문학작품을 통해서만 접해왔던 작가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문학과지성사의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독자들 앞에 첫선을 보인다. 자신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한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는 문학평론가 김현과 이광호 시인 김혜순, 김소연, 신해욱 그리고 소설가 백민석까지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왔다. 에크리란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혹은 (그/그녀가 무엇을) ‘쓰다’라는 뜻이다. 쓰는 행위를 강조한 이 시리즈는 작가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최대한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