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권정민 신작편리한 도시 생활 뒤에 드리운 그림자를 말하다한국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권정민의 신작 그림책 『사라진 저녁』이 출간되었다. 어느 날, 살아 있는 돼지가 배달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사실주의 화풍으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며 편리와 속도에 길들여진 현대인이 눈감고 있는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모든 것이 집 앞으로 배달되는 시대를 사는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동물권과 환경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상기시키는 작품이다.『사라진 저녁』은 모든 음식이 손쉽게 배달되는 도심 속 아파트를 무대로 한다. 집 안에서 핸드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금세 배달 음식이 문 앞에 놓이는 도입부 풍경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익숙하다. 작가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놓이리라고 기대되는 자리에 살아 숨 쉬는 돼지 한 마리를 데려다 놓는다. 돼지의 몸에는 ‘죄송합니다.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요. 직접 해 드세요!’라고 적힌 식당 주인의 쪽지가 붙어 있다. 돈가스를 주문한 702호, 감자탕을 주문한 805호, 족발을 주문한 904호……. 주문한 저녁 식사 대신 돼지를 마주한 주민들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하다.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밀려드는 주문에 요리사마저 배달을 나가 살아 있는 돼지를 가져다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은 작품 전반에 희극적이면서도 불안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가는 극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비대면 시대의 편리함에 무뎌져 있던 감각들을 자극한다. 『사라진 저녁』은 ‘편리’와 ‘속도’에 길들여진 현대인이 놓치고 있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