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는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그 아이를 괴롭히는 한 무리의 아이들, 사건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다수의 아이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는 한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따돌리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아닌, 이 모습을 지켜보는 한 아이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아이는 안타까움과 분노, 두려움, 죄책감이라는 감정 속에 흔들리다가 ‘친구를 지키고 싶다.’는 본질적인 마음을 마주합니다. 1. 그 아이들이 나타나자 나는 뒷
...걸음질쳤어. 나도 너처럼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아무 말도….《친구를 지키는 말》에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서로 다른 행동을 하는 네 종류의 아이들이 나옵니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아이, 따돌림당하는 아이, 무관심한 아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 이 네 모습의 아이 중 작가는 문제에 관심을 가진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아이는 학급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분노하지만, 쉽게 행동하지 못합니다. 따돌리는 아이를 향해 그만하라 말하고 싶고, 친구에게 괜찮냐고 묻고 싶지만 결국 하지 못합니다. 따돌리는 아이들이 무섭기도 하고, 자기도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아이는 언제나처럼 말을 삼키고 말죠. 스테파니 보이어 작가는 이 아이가 ‘말을 하지 못했다’가 아닌, ‘말을 하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몇 글자 다를 뿐인데, 커다란 차이가 느껴집니다. 사회에서 불합리한 일을 보고 침묵하는 건, 어쩔 수 없이 하지 못한 일이 아니라, 그저 무시하고 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사회에서는 일어나는 부조리한 문제에 누군가는 회피하고, 누군가는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몇몇만 행동할 뿐 나머지는 침묵하고 맙니다. 이 책은 학교와 사회에서 다양한 문제를 만날 아이들을 향해 묻고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니?” 하고 말이지요. 2.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주인공은 몇 번이고 하고 싶은 말을 삼켰고, 삼킨 말은 죄책감이 되어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만약 주인공이 참지 않고, 친구를 돕는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같은 교실에 있던 누군가가 또 관심을 갖고 힘을 합쳤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작은 연대가 더 커다란 연대로 바뀌고, 학교라는 작은 사회가 변화를 시작할 수 있지요. 책은 변화의 시작을 보여 줍니다. 이 작은 시작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여러분이 직접 변화를 만들어 보세요.’라고 말을 걸면서요.책의 마지막에는 각각의 순간,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말을 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의 외침에는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힘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나라면 어떤 말을 했을지’ 생각해서 적어 보세요.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적어 보는 활동을 통해 위로하고 보듬는 말, 지지하고 연대하는 말, 누군가를 지키는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