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신폭신 포근포근 할머니 무릎,난 할머니 무릎이 제일 좋아요!”할머니 무릎이 오르락내리락, 나도 같이 오르락내리락!책고래마을 마흔네 번째 그림책 《할머니 무릎》은 할머니의 무릎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손주 이야기입니다. 오랜 세월을 견딘 무릎이 고장 나 수시로 아프지만, 손주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기꺼이 내어주는 할머니의 사랑을 어린 손주의 눈으로 그려낸 따뜻한 이야기지요. 실제로 글을 쓴 한영진 선생님은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 퇴직 후 예쁜 손자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감사와 사랑을 리드미컬한 글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림책 《나의 여름날》, 《외할머니네》에서 맑고 담백한 수채화로 어른 독자의 추억과 향수를 소환해준 박성은 작가가 아이의 상상력과 순수한 마음을 더해 사랑스런 수채화로 표현했습니다. 글과 그림의 조화로 이루어진 그림책의 이야기는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가족의 사랑’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책을 읽을 때, 밥을 먹을 때, 잠을 잘 때, 놀 때 쪼르르 달려가 할머니의 품에 안기는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대가족 시대에는 전혀 특별할 것 없던 모습이지요. 요즘은 서로의 사정과 형편에 맞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가족 구성원을 이루어 생활하다 보니, 양육의 형태가 저마다 다 다르기도 하지요. 《할머니 무릎》은 각박해져 가는 현대인의 가족사진에 할머니의 사랑을 넣어 완성하고픈 두 작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의자에 똑바로 앉아서 스스로 책을 읽으라는 엄마와 달리 무릎에 앉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할머니 역시 황혼 육아에 지친 모습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할머니 무릎에 앉으면 공룡들이 성큼성큼 걸어 나오고, 하얀 북극곰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서운 호랑이가 나와도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할머니 무릎에 앉으면 맛있는 음식도 뚝딱 나오고, 오르락내리락 방아 놀이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할머니 무릎인데, 늘 독차지했는데, 어느 날 자기보다 어린 사촌 동생이 오자 할머니는 한쪽 무릎을 내어줍니다. 할머니 무릎을 동생한테 빼앗긴 기분이겠지요. 그 마음을 금세 알아채고 할머니는 손자를 불러 양쪽 무릎에 앉힙니다. 마냥 떼만 쓸 것 같은 아이는 할머니 무릎에 침이 잔뜩 꽂히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알아갑니다. 아빠도 삼촌도 고모도 형아도 할머니 무릎에서 컸다는 것을요. 크고 튼튼한 할머니 무릎이 아니라 사랑의 무릎이라는 것을요. 아이는 할머니 무릎이 빨리 낫길 바라면서 약손을 자처해 정성껏 보살피는 장면은 또 한 번 어른 독자의 옛 추억과 향수를 불러옵니다. 그림책은 아이 스스로 보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읽을 때 그 의미가 더 커집니다. 할머니가 살아온 삶을 녹여 읽어준다면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할머니 무릎》은 평범하고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하지요. 할머니와 손주를 한번 만나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