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왜 소비 사회를 말해야 할까?『현대 일본의 소비 사회』는 1980년대 이후 일본 사회를 ‘소비’라는 키워드로 조망합니다. 왜 오늘날 일본의 소비일까요? 마르크스주의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동아시아의 인문학에서 ‘소비’를 논한다는 것 자체는 큰 도전입니다. 소비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게 하는 이데올로기 장치로서 기능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허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은 이 책의 원제가 『소비
... 사회를 재고한다』로 되어 있음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조차도 실은 소비 사회 속에서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지 않은가요? 나아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국인들도 활발한 소비 활동을 전개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는 소비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정말로 소비가 무엇이며 그것이 오늘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의문이 문학을 기반으로 한 문화연구자인 남상욱 역자가, 굳이 분류하자면 사회학으로 분류되는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입니다. 이 책은 소비 사회가 서구적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화폐의 출현과 함께 도래한 사회의 양식임을 보여줌으로써 ‘소비 사회=자본주의’로 퉁 치며 ‘소비’에 대한 궁금증을 차단하는 사고에 동의하지 않길 요청합니다. 나아가 무엇인가를 살 수 있도록 만드는 화폐가 인간을 억압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유롭게도 만든다는 점에도 주목하도록 요청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소비 사회를 단순히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 사회의 문제점을 정면에서 다룬다는 점입니다. 저자 사다카네는 소비가 격차 확대와 지구 환경 파괴의 원인이 됨을 부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그 대안으로서 기본 소득을 제안합니다. 기본 소득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논란이 있었고, 현재까지는 부정적인 인식이 우세하지만, 인구 감소와 AI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을 감안할 때 멀지 않은 장래에 가장 큰 정치적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때 ‘기본 소득은 무엇을 위해 있어야 하는가’라는, 그 이념에 대해 묻는 이 책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