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밤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단편소설 선집 <드러누운 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독특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대인의 불안과 사회 문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타이틀 작품에서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현대 청년이 경험하는 꿈과 아즈텍 사회의 인신공회를 교차시켜 독자에게 여러 번 읽으며 해석을 시도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끊임없는 의문과 불편함을 제기한다. 책의 구성과 작품 배치에 아쉬움이 있지만, 유럽과 아르헨티나의 문화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작품의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점거당한 집', '남부 고속도로', '어머니의 편지' 등은 각각 독재, 직장 내 인간관계, 죄책감을 주제로 하며, 환상문학을 통해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한다. 환상문학이 생소한 독자에게는 처음에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할 수 있지만, 초현실주의 예술처럼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