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이고, 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이뤄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70주년을 맞고서도 몇 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성한 소문과 이런저런 설의 진원지로 오해되고 일방적으로 규정되어온 커밍스의 주저가 한국 땅에 안착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최초로 방대하게 다루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책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벌어진다. 해외 한국학 성과들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 소개해온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해 순수 번역에만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완성해냈다. 그 후 그는 출판사에 접촉해 브루스 커밍스와 정식으로 한국어판 계약을 맺은 후 출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브루스 커밍스는 번역 원고를 읽어본 후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고단한 작업을 끝낸 김범 박사가 이제 충분히 쉬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모든 독자에게 그의 번역을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40년 전 1권이 출판된 책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금지도서 목록에 올라간 것”과 “한국에서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