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불패의 명인’ 슈사이의 생애 마지막 대국바둑이 지닌 구도적인 면모와 예술적 품격을 서정시처럼 그려 낸 걸작“고매한 정신의 모습이 허공에 떠 있는 듯 보였다. (......)그윽한 향 같은 모습이다.”▶ 『명인』은 소설이라기엔 기록 요소가 많고, 기록이라기엔 소설 요소가 많다. 기사의 심리에 대해서는 모두 나의 추측이다. 이를 당사자에게 물어본 것은 하나도 없다. 날씨 묘사 하나를 들더라도, 역시 나의 소설이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
...명인에게 바둑은 단순히 흰 돌과 검은 돌이 겨루는 경기를 넘어, 숭고한 미적 가치를 지닌 기예이자 정교하게 구축된 예술품이다. ─ 유숙자(「작품 해설」에서)일본 바둑계의 전설 혼인보(本因坊) 슈사이 명인의 마지막 승부를 소재로 한 『명인』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바둑 애호가였던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938년 6월부터 12월까지 약 반년 동안 치러진 슈사이 명인의 은퇴기를 참관하고 신문에 총 64회의 관전기를 연재했다. 일본 바둑계에서 ‘명인’은 당대 최고의 기사를 의미한다. 『명인』은 지병이 악화된 슈사이 명인이 1940년 세상을 떠난 뒤 가와바타가 1951년부터 1954년까지 잡지에 나누어 게재한 작품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작가다. 눈 덮인 니가타 지방의 아름다운 정경을 배경으로 하는 대표작 『설국』이 동양적 미의 정수를 보여 주었다고 평가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작가는 『명인』에서 병환에도 불구하고 은퇴기에 나선 예순다섯 살의 ‘불패의 명인’과 서른 살의 패기만만한 신예 기사의 대국을 통해 단순히 시합이나 게임이라는 관념을 넘어 ‘예도’로서 바둑의 경지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