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고 생각하고 음미하며 느리게 읽는 과학, ‘김찬주 교수의 고독한 물리학’ 첫 권의 주제는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론은 난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대학교 전공수업에서 배우는 것과 똑같은 수준으로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론이다. 단지, 그동안 믿어 온 익숙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뒤집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강의 잘하기로 정평 난 김찬주 교수는 현대 과학의 핵심에 자리한 특
...수상대론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동시에 어떤 논리적 비약도 없이 충실히 설명한다. 1+2=3처럼 단순하고 익숙한 일상의 경험에서 출발해서 빛시계와 질주하는 기차와 상대론적 오징어 게임이 등장하는 다채로운 사고실험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왜 빛의 속도만 그렇게 특별한가”, “지붕 없는 무빙워크를 탔을 때와 버스를 탔을 때 실험 결과는 같을까 다를까”, “움직인다는 건 대체 뭘까?” 머릿속에 맴도는 막연한 의구심과 근본적인 물음까지 잡아채서 따져보고 설명하니 납득이 간다. ‘물알못’, ‘수알못’이라도 차근차근 따라가면 역사적인 방정식 E=mc²을 직접 유도하고, 식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벅찬 감격을 맛볼 수 있다. 공간축과 시간축으로 이루어진 시공간 좌표계 위에 나와 너의 세계선을 그리며 서로의 과거와 미래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도 눈으로 확인한다. 특수상대론을 알아가는 이 모든 흥미로운 여정은 과학자의 생각법을 따라 직접 ‘과학하기’를 체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상상하고 생각하고 곱씹고 음미하며 느리게 읽다 보면 불현듯, 지금껏 믿어왔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뒤집히고 4차원 시공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놀라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달리의 그림과 에셔의 판화가 다르게 보이고, 영화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는 브라이언 메이의 노래 〈‘39〉에 새삼 울컥한다. “앞으로 너와 세계선을 영원히 공유하고 싶어.” 같은 오글거리는 ‘이과 멘트’를 날려 보고 싶은 부작용도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