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폭력을 담은 불편한 사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굶주림에 뼈만 앙상한 난민들, 전쟁통에 팔다리가 잘린 아이들, 폭탄테러로 산산조각 난 그을린 주검들…… 사진은 세계가 발하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빛을 담아낸다. 그러나 이 불편한 진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기에 외면당하고, 희생자를 모독하고, 감상자의 관음증을 부추기고, 자극에 지쳐 점점 참상에 둔감하게 만드는 ‘재난 포르노그래피’에 불과하다고 매도당한다. 사진의 진실과 객관성을 불신하는 포스
...트모던 비평은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기까지 한다. 정치폭력과 고통을 찍은 사진이 착취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난은 정당한가? 이런 사진을 보는 올바른 태도란 무엇인가? 사진 속 사람들과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가? 사진은 세상을 더 살 만하게 바꿀 수 있는가? 사진은 어둠을 비출 수 있는가? 책은 이 물음들에 답하기 위해, 사진에 대한 회의를 피력한 발터 벤야민, 베르톨트 브레히트, 수전 손택의 주장을 살펴보고, 홀로코스트와 중국 문화대혁명에서 시에라리온의 집단학살과 아부 그라이브의 포로 학대까지 정치폭력을 증언하는 사진들을 검토하고, 로버트 카파와 제임스 낙트웨이, 질 페레스라는 우리 시대 대표적 포토저널 리스트들의 작품들을 분석한다. 어찌할 수 없는 세계의 비참 앞에 ‘외면해!’라고 말하는 회의주의자들에게, 저자는 그럼에도 보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고 대답한다. 고통스런 사진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사진이 전하는 무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희생자가 처한 프레임 밖의 현실을 이해하고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 혁명의 낙관주의가 사라지고 냉전 이후 인간의 잔인성이 폭발한 이 허무주의 시대에도, 저자는 카메라가 이끌어내는 ‘공감의 도약’을 믿으며, 사진이 ‘연대’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