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인류 최대의 병을 ‘인간의 왜소화’라 진단하고, 그것이 유럽 전역을 뒤흔든 현상을 숙고하며 자기 철학의 토대로 삼았다. 그의 철학은 유럽에 도래한 허무주의를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모아졌다. 또한 그는 전통 형이상학과 선악에 기초한 기독교의 도덕이 현대성이 가져오는 크고 깊은 문제를 제대로 포착하지도, 따라서 해결하지도 못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대안을 준비했다. 그는 이 옛 도덕을 타파하는 것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음을 일생에 걸쳐
... 알리려 노력했다. 죄와 책임이라는 기존의 도덕에서 벗어나기 위해 니체는 생기의 필연성과 현존재의 순진무구함을 밝히려 했다. 그는 책임을 느끼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자신의 책임 영역을 자발적으로 넓혀 나간다. 더불어 자신의 자유의지를 지배할 수 있는 고상하고 주권적인 개인을 이야기한다. 간난한 인간화 과정의 정점에서 옛 가치들의 반생명성을 자각하고, 새로운 가치를 약속하고 책임지는 ‘주권적 개인’을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철학의 과제로 보았던 것이다. 이 책은 니체 학자인 저자가 니체를 이해하는 핵심 주제들을 고찰하여 그 사상의 전모를 그려보려 한 것이다. 병고와 가난으로 점철된 니체의 생애가 글로 드러난 그 사상에서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에는 강장한 정신이 호령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니체의 정신이 그 인생을 다 바쳐 가리킨 지점을 바라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