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영양학자가 몸소 경험한, 체중은 줄이고 수명은 늘리는 식탁검색창에 ‘비건’과 ‘영양’을 넣어보면 걱정 가득한 문서 제목이 주르륵 나온다. ‘채식에 부족한 영양 채우는 법’, ‘채식은 과연 안전할까?’처럼 채식의 영양 문제를 당연시하는 글들이다. 심지어 주요 일간지에서도 채식주의자라면 영양분을 따로 챙길 것을 권하며, 채식을 하다가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사례도 보인다. 이처럼 근거 없는 이야기들 덕분에 채식을 하고 싶어도 건강에 무리가 될까 망
...설이는 사람들마저 나온다.영양학자이자 〈건강하고 싶어서 비건입니다〉의 저자, 파멜라 퍼거슨은 이처럼 채식을 둘러싼 편견을 정확히 지적한다. 영양 부족은 절대 채식 자체가 지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 식단에서도 영양을 고루 갖춘 식단과 인스턴트로 채워진 나쁜 식단이 다른 것처럼, 비건 식단도 영양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과 균형 잡힌 비건식은 명백히 다르다.저자는 균형 잡힌 비건 식단은 그 어떤 식단보다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직접 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고 북미 지역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암과 당뇨, 심장질환, 고혈압에 걸릴 확률을 줄이고 기대 수명을 늘리는 것이 채식 위주의 식단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채식 재료를 이용한 영양학을 바탕으로 비건을 위한 식단을 연구했으며, 그 핵심이 이 책 〈건강하고 싶어서 비건입니다〉에 오롯이 담겨 있다.물론 저자도 비건이다. 비건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 자신이 만든 비건 식단을 30일 동안 철저하게 따랐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고 한다. 평소 좋아하던 치즈를 포기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비건 식단이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비건식은 지구에 유익하고, 동물에게도 이로우며, 자신의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에 비거니즘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다.이 책은 건강하게 비건 라이프를 지속할 방법으로 가득하다. 특히 이제 막 비건에 관심을 두거나 건강 때문에 채식을 고려하는 초보자들에게 필요한 지식이 모두 담겨 있다. 비거니즘이 무엇인지, 비건 식단이 어디에 좋은지, 흔히 접하는 콩이나 과일, 통곡물을 비롯해 냉장고에 어떤 비건 재료를 채워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영양학의 관점에서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타민과 지방을 어떻게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하는지 그 원리와 방법도 전한다. 아이와 임신기, 노년기 등 충분한 영양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비건식과 초보 비건을 위한 일주일 메뉴도 소개하는데 이제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유용하다.비건을 향한 관심이 무척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건 식품을 쏟아내고 있고 비건 레스토랑도 도처에 생겨난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채식 인구가 2008년 15만 명에서 올해 250만 명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세대가 소비 주체로 올라서고 건강과 환경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건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무작정 채식을 하는 것보다 건강한 비건 식단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 건강한 비건이 되어야 비건의 삶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