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죽음을 맞이하며 남긴 말들의 의미 영미권을 대표하는 설교자-신학자의 진지하고도 날카로운 가상칠언에 대한 신학적 성찰그리스도교 신앙의 바탕에는 한 사람의 탄생과 성장, 죽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승리가 놓여 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교는 죽음에 대한 주님의 승리를 선포하면서 동시에 그분의 죽음을 진지하게 되새겨야 한다고, 둘의 의미를 함께 곱씹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사순절은 이를 진지하게 되새기는 과정이며 십자가 사건을 기리는 성금요일은
...그 절정이라 할 수 있다. 그 절정의 시간, 그리스도교인들은 예배를 드리며 복음서에서 증언하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남기신 마지막 말들을 묵상하곤 했다.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앞에 둔 상황에서 예수는 아버지께 타인들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돌이킨 자에게 낙원을 약속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빚어내고, 아버지의 부재에 울부짖고, 목말라하고, 자신의 일을 성취하고, 자신의 영을 아버지에게 맡긴다. 아버지를 향한 간구에서 시작해 울부짖다 다시 아버지를 향한 간구로 마무리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지상의 모든 폭력에 노출되어 침묵에 들어가기 전 ‘말씀’이 이 세계에 온 이유, 이 세계의 정체, 그리고 이 세계가 새롭게 맞이할 미래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영미권에서 가장 탁월한 설교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플레밍 러틀리지는 저 말들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열어젖힌다. 우리의 폭력성, 우리의 뒤틀린 마음, 우리의 오만이 어떻게 십자가에서 폭로되는지, 동시에 우리의 평화, 우리의 돌이킨 마음, 우리의 겸손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사려 깊은 주석과 간결하면서 날카로운 신학적 통찰, 현실과의 연결을 통해 보여준다. 인류가 서로에게 갖는 모든 적대감과 비난을 스스로 짊어진 사람, 우리들 사이에서 쫓겨났음에도 우리에게 손길을 내민 사람, 그렇게 해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용서와 화해의 차원을 열어젖힌 사람, 우리를 분열시키는 모든 경계와 적대감을 끌어안고 새로운 가족을 빚어낸 사람이 다시, 십자가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와 함께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 묵상집은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