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은 연극 연구자이자 드라마투르그인 저자(김슬기)가 15년차 장애인 극단 애인 대표이자 1세대 장애연극인 ‘지수 씨’(김지수)의 생애를 듣고 기록한 책이다. ‘여성’이자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한 사람이 극단 대표, 연출가, 작가, 배우로서 펼쳐 보여온 무대에는 삶을 통해 배운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극단 애인의 연극은 장애 당사자들이 정규 교육 바깥에서, 장애운동의 흐름 속에서 익힌 철학과 실천의 결과물
...이다. 극단 애인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할 때, 그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에는 장애 당사자들이 부딪혀온 겹겹의 경계들이 쌓여있다. 단원들이 쓴 희곡에는 다양한 몸을 표현할 자유, 자기결정권과 실패할 권리의 딜레마, 누구도 취약한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는 세계를 향한 꿈이 담겨 있다. 저자는 긴 구술생애 인터뷰 작업을 통해 장애연극에 대해 새롭게 질문한다. 기존의 예술의 잣대를 넘어서는 장애연극만의 언어와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무대를 해석하는 데 유효한 질문이 아니다. 다양한 몸의 자유로운 표현과 자기결정은 안전한 상호작용 속에서만 가능하다.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지를 묻는 쪽으로 질문은 점점 나아간다. 이 책은 장애연극의 이야기인 동시에, 다름과 실패를 마주하며 새로운 세계를 열 용기를 내게 된 두 여성간 단단한 우정의 이야기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장애예술과 장애서사 논의에 관한 사려 깊은 제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