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바쁜 거미의 하루농장 마당 울타리에 거미 한 마리가 내려앉아, 거미줄을 짜기 시작한다. 처음엔 “히힝! 히힝!” 말이 다가온다. 거미에게 등에 타 보라고 하지만 거미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거미줄을 짜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번엔 “음매! 음매!” 젖소가 다가온다. 같이 맛있는 풀을 먹으러 가자고 하지만 거미는 이번에도 묵묵부답이다. 거미를 찾는 농장 동물들의 방문은 이후로도 끊이지 않는다. 양, 염소, 돼지… 계속해서 거미에게 놀자고
... 다가오지만, 거미는 아무에게도 대꾸하지 않고 거미줄만 짠다. 하루 중에 유일하게 한 딴짓이라고는 식사로 딱 한 번, 파리 한 마리를 잡아먹었을 뿐이다. 세 번도 아니고 딱 한 번만 말이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한 거미에게 과연 노력의 결과가 주어졌을까? 단순한 선이 복잡하고 아름다운 창조물로 변해 가는 과정을 통해노력과 성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거미는 이른 아침부터 거미줄을 치기 시작한다. 해가 쨍쨍한 걸 보니 날씨도 좋다. 그래서인지 농장 동물들은 놀 궁리만 한다. 거미를 찾아온 건 무려 열 마리나 되는 동물들! 하고 싶은 놀이도 모두 다른 동물들이다. 그런데 거미는 어떠한 놀이에도 흥미가 없다. 그저 거미줄만 짤 뿐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문득 궁금해질 것이다. 거미는 대체 왜 놀지도 않고 거미줄만 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다. 거미에게 거미줄이란 먹이를 잡을 수 있는 도구이자 잠을 잘 수 있는 휴식 공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거미가 거미줄을 치지 않고 동물들과 놀러 다녔다면 거미의 유일한 한 끼였던 파리도 먹지 못했을 테고, 밤에 잘 공간도 없었을 것이다. 단순했던 선이 복잡하고 아름다운 창조물로 변해 가는 모습은 한 가지 일에 성실하게 몰입했을 때 얻게 될 결과물에 대한 기대와 성취감을 선사한다. 만약 거미처럼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독자라면 거미의 바쁜 하루에 공감하게 된다. 반면 거미와 달리 한 가지 일에 몰입하기 어려운 독자라면 거미의 하루에 대리 만족하며, 자신도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