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치면? 다친다다치고 나면? 아문다아물고 난 자리에는? 뭔가가 남는다!“쿵! 그 일은 눈 깜짝할 새 벌어졌습니다”평소처럼 탁구채 없이 탁구대에서 놀던 어느 목요일이었습니다. 탁구대 주위를 빙빙 도는 친구들의 흥을 돋우려, 탁구대 위에 올라서서 기똥찬 응원가를 부르던 나는 갑자기 쿵,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눈을 떴는데 파란 하늘이 보였어요. “살아 있니?” 시세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우르르, 이쪽으로 달려오는 발소리가 울렸습니
...다. “피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어요. 사실이었어요. 내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거든요. “아무도 내 무릎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약간은 아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1학년들, 2학년들, 4학년의 니클라스랑 방과 후 교실 친구들 몇 명, 합창단 사람들과 3학년에 키 큰 안나, 5학년 절반 정도와 6학년 두 명, 야르모 선생님과 시세의 언니, 요니 선생님이 나를 둘러쌌어요. 사람들이 동그랗게 에워싸고 있으니 잠깐 아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곧 무릎이 엄청나게 아파 왔어요. 조금 울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야르모 선생님이 나를 안고 교사 휴게실로 달렸지요. 그 후로 펼쳐진 엄청난 일들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들려줄게요.상처가 아물고 나면, 무언가는 남게 된다, 다행히도!『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은 스웨덴의 그림책 작가 엠마 아드보게의 최근작이다. 그는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유별나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한 통찰을 독자에게 안기는 작가다. 누구에게나 피가 흐를 만큼 다쳐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동안 아파서 고생하고, 시간이 지나 딱지가 앉고, 그 밑에서 상처가 아물고, 마침내 분홍빛 새살을 마주해 본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이 일련의 경험들은 축적되며 일종의 회로가 되고, 그렇게 우리는 전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회복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물기 하나 없이 딱딱하게 말라붙은 딱지는 그 엄연한 증거이며, 주인공이 딱지가 떨어진 자리를 조심조심 만져 보며, “좋네요.” 하고 말하는 순간의 진실이다.보드랍게 반짝이는, 아프지만 자랑스러운 너와 나의 성장이야기의 시작부터 선혈이 낭자하는 이 그림책 속 세계는, 한 겹을 더 들추어 보면 사려 깊은 친구들과 필요한 만큼 따뜻한 선생님들이 있는 다정한 세상이다. 예기치 않게 친구들의 관심 한가운데에 서게 되어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싫지 않은 마음, 아픈 나를 배려해 주는 친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상처가 다 나아서 이 호시절이 끝나 버리면 어쩌지 하는 알쏭달쏭한 마음과 마침내 왕 딱지를 무릎에 달고 등교하던 아침의 두근대는 마음까지, 파이처럼 풍성하게 겹쳐진 감정의 속살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읽기에 좋은 그림책이다.